내가 가 본 식당

터미널에서 밥 먹기...

감포 2008. 11. 24. 12:26

개인적으로 참 하기 싫은 일 중 하나가 터미널 근처에서 밥을 먹는 일이다다. 왜 터미널 근처에 있는 식당들은 모두 불친절에 맛도 없는지 거기다 비싸기는 왜 이리도 비싼지……. 정말이지 연구를 해보고 싶을 지경이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여기저기를 자주 다니다 보면, 터미널 주변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다. 터미널 주변 식당을 피해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시간에 쫓기어 일을 하다보면 버스를 기다리며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왜 버스만 타려고 하면 배고 고픈지 모를 일이다. 참 신기하기도 한 일이다.


내가 터미널 근처에서 식사를 할 때 선택하는 메뉴는 주로 어느 정도 맛이 평준화 되어 있는 음식을 고른다. 라면과 김밥 그리고 짜장면을 주로 먹는다. 괜한 객기로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빨리 나오기도 하고 전국 어딜 가서 먹으나 맛이 비슷해서 터미널 주변에서 한 끼 식사를 하기 가장 문안한 메뉴들이다. 강릉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짜장면을 먹다 짜장면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이물질 발견된 이후로 짜장면도 잘 안 먹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TV 프로그램을 본 이후로 김밥천국의 라면과 김밥도 어느 때 부터인가 안 먹게 되었다. 빵이나 햄버거는 왠지 식사를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요즘 들어 터미널 근처에서 밥을 먹을 때 생긴 버릇 중에 하나가 그냥 소주 한 병 시켜놓고 밥을 안주 삼아서 먹곤 한다. 버스 안에서 잠자는데도 도움이 되고 어지간한 음식도 소주 한잔 곁들이면 먹어치우는 식성인지라 이래저래 일석이조가 된다. 


대전에 갔다가 터미널 택시 승강장 옆에 있는 사계절순대국이란 간판을 걸은 비교적 넓게 깨끗해 보이는 순대국집에 들렀다. 순대국이야 어지간하면 맛이 거기서 거기라 생각하며 들어갔다. 꽤 추운 날씨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텅 빈 가게의 서늘함이 나를 먼저 반긴다. 난로가 고장이 났다는 주인아주머니의 어색한 미소에 나 역시 어쭙잖은 미소로 답을 하며 순대국과 소주 일병을 주문했다. 갖출 건 다 갖춘 상입에도 뭔가 한 가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에 대한 정성과 친절이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란 생각으로 급히 한 끼 식사를 해치워 본다.


순대국 1인분과 소주 1병이 큰 쟁반에 함께 세팅이 급히 나온다.


왠지 국물 때깔이 조금만 더 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김치와 깍두기를 비롯한 찬들이 딸려 나옵니다.

 

 

 

 


약간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국물 속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 주인의 야박함이랄까 아니면,

급한 길 떠나며 허겁지겁 식사를 하게 될  나그네에 대한 배려인지

순대국 속의 내용물의 양도 조금 적지만 상당히 잘게 썰려져 있다.


다진 양념과 새우젓으로 간을 한 뒤 밥을 말아 허기진 속을 달래본다.

새우젓에서 고추씨가 몇 개보이지만 그냥 애써 외면하고 간을 맞춘다.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느라 아침도 먹질 않아서,

시장 끼를 찬 삼아 소주 한 잔의 힘으로 점심 한 끼를 거뜬히 해치운다.

그리고 버릇처럼 내가 먹고 난 밥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혹 내가 먹다 남긴 찬에 이 물질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이런저런 심정을 뒤로한 채 먼 길 떠나가는 길손의 식사를 망치고

싶지 않은 심정으로 조심스레 다시 한 번 내 밥상 뒷모습을 돌아보고,

급히 셈을 치르고 나와서 떠나려는 버스에 황급히 몸을 실었다.


버스에 올라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잠을 청하려니

이태 전 겨울 어느 날에 충북 괴산에 들렀다 터미널 뒤에서 먹던

올갱이 해장국이 머릿속을 다시 스치고 지나간다.

맛도 맛이지만 주인 할머니의 따스한 정이 넘치던 올갱이 해장국…….

비록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은 오래되고 낡은 가게와 식기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보다 훨씬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은 주름살 가득한

그래서 차라리 정겨움으로 다가오신 주인 할머니의 얼굴은

마치 TV 사극 드라마에 나오는 주모가 한국 근대사의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자리에 앉아 계신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먼 길 나서는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할머니의 따스한 인심은

올갱이 해장국만큼이나 따뜻하게 내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