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제16회 한중 서예교류전 관람기

감포 2009. 11. 11. 13:52

제16회 한.중 서예교류전을 다녀와서


김현수


“와! 꽃 다신 분들이 더 많다.”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토요일 오후에 개최된 제 16회 한중서예교류전 개관식 행사에 참석한 어린 학생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 한마디 말이 가슴 깊은 곳을 후려친다. 수봉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를 이 한마디 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상으로 간략하게 내, 외빈 소개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란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나의 귓전을 스쳐가는 이 한마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아직은 수줍은 소녀티를 채 벗지 못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이 한마디의 주인공이었다. 명실 공히 대한민국서예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민국서예협회 인천지회의 회원 전을 겸해서 치러진 이번 전시회의 초라한 성적표란 생각에 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이번 전시에 앞서 개최된 2009년 인천학생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초등학생의 말 한마디가 새삼 떠올라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학생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행사에 참석한 다음날 친구들에게 “ 야! 누구는 서산에서 먹 하나 받으려고 인천까지 왔다.” 하며 깔깔거리며 재미있어하는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얼굴까지 화끈거리며 부끄러웠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린 학생의 촌철살인과 같은 한 마디를 듣고 보니 정말 어안이 벙벙한 심정이다. 대외적으로 동북아 관문도시를 표방하며 대한민국 제3의 도시로 우뚝 선 인천광역시를 대표하는 인천서예협회가 처한 오늘의 현 주소이다.


대외적으로 동북아 관문 도시를 표방하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천은 이제 어엿한 대한민국 제3의 도시로 거듭났고, 인천의 발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천이 진정한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천의 위상에 걸 맞는 문화예술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인천 문화예술의 중심에는 우리의 전통 서예와 인천을 대표하는 인천서예협회가 있다. 인천을 문화의 향기가 감도는 진정한 일류 국제도시로 성장시킬 견인차 역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예가들을 비롯한 인천의 모든 문화예술인의 역사적 소임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제16회 한중교류전을 통해 인천서예협회가 처한 현주소를 정확히 인식하고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 재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짧은 개인적인 소견을 피력해 본다.


모든 전시회의 개관식 행사는 전시회를 주최한 단체나 개인이 손님을 초대하는 일종의 잔치와도 같은 성격의 자리일 것이다. 손님을 초대했으면 응당 냉수라도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이 우리네 인심이자 오랜 전통이다. 제16회 한중교류전 개막식 행사와 같은 날, 같은 시간, 옆 전시장에서 벌어진 인천 사우회 사진전 개막식 행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서예협회 잔칫날에 참석하신 분들의 눈에 행여 인천 서예인 들의 인심이 너무 야박하게 보이지는 않았을까? 우리 오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서예인 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남을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평소 서예에 관심을 많이 가지신 관람객이라면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중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이 눈에 익었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적 가치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전시회든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혼신의 노력을 다한 작품으로 전시장을 찾아준 관람객의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이는 모든 전시회의 참여 작가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지켜야만할 기본적인 의무이자 작가의 양심의 문제이다. 재방송에 재방송을 거듭하고도 자신들의 TV 드라마 시청률이 낮은 것이 마치 시청자의 탓인 양 시청자들의 작품 이해도가 없다느니 혹은 시청자의 수준을 낮다는 식으로 불평을 쏟아내는 방송사가 있다면, 그 방송사가 시청자의 버림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다.


개인적인 짧은 생각으로 모든 전시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작가가 아닌 전시회를 찾아주신 관람객들이다. 전시의 주최자는 전시장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이번 전시회는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상품을 진열도 모자라 마구잡이로 쌓아둔 저자거리의 난전 한구석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손바닥만한 작가의 이름표  조차 제대로 부칠 최소한의 공간도 없이 빽빽이 전시장 벽면을 마치 도배라도 하듯 작품들을 걸어 두었다. 관람객들에게 전시장의 모든 작품들을 한 작품 한 작품 찬찬히 감상할 여유조차 허용되지 않아 보인다. 전시장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에게는 편안한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전시행사를 준비하는 모든 단체나 개인은 응당 관람객들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단체 혹은 개인의  발전의 가장 첫 걸음은 냉정한 자기성찰로부터 나온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초등학생들의 놀림거리로 전락한 오늘의 인천 서예협회의 현실을 바로 인식하는 것이 앞으로 인천서예협회 발전의 첫 걸음일 것이다.  더 이상 인천 서예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서예인 들의 서예인 들에 의한 서예인 들만을 위한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예인 들만의 행사가 아닌 모든 인천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의 살아 숨 쉬는 서예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인천 서예협회는 세계 속으로 웅비하는 국제도시 인천의 위상에 발맞추어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단체로 거듭나야할 시점이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넘쳐나는 국제도시 인천의 성장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인천서예협회가 인천문화예술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인천서예협회의 모든 회원들은 절치부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