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오륙도 나들이
개학하고 첫 주를 보낸 아이들의 일요일 아침이다. 안스러운 마음에 깨우지도 않았는데 민규는 7시30분 그리고 좀 있다 대규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어제 저녁에 남은 식은 밥과 라면으로 휴일 아침을 해결한다. 아침상을 물리고 설겆이까지 마치고 나니 집사람이 뜬금없이 오륙도로 바람을 쏘이러 가자며 나를 재촉한다. 지난주에 봄꽃 구경하자며 원동까지 매화보러 다녀왔는데 ㅜㅜ. 아이들 떼어두고 일요일에 나랑 단둘이 바람 쏘이러 드라이브 가는 일에 재미를 붙였나?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오륙도행 동행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아마도 엄빠가 없는 동안 아무런 잔소리 없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를 노칠리가 없다. 이것도 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외출 준비를 서둘러 본다. 아이들에게 점심은 먹고 싶은 것 사먹으라고 카드를 주고 집사람과 집을 나섰다. 봄햇살이 따뜻하지만 그래도 아직 바람은 차다. 주중에 늘 흐리고 비가 오다가 일요일만 되면 날씨가 참 좋다. 북항대교를 넘어가며 보이는 바다 풍경이 참 아름답다. 집사람과 오늘 원동이나 구례 산수유 마을로 꽃구경 가는 상춘객들 걱정을 하며 웃어 본다. 아마도 오늘 유명한 봄나들이 장소에는 인산인해가 될 터이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려했는데 만원이라 해안가 주차장쪽으로 내려가니 공짜 주차를 하라고 문을 개방해 주신다. 바다가 훤히 내려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사람과 해맞이 공원쪽으로 느린 걸음을 떼어 본다. 참 오랜만에 오륙도에 와 본다. 이곳을 기점으로 동해와 남해가 나누어 진다. 앞이 확 뚫린 바다를 보니 마음까지 상쾌하다. 그리고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수선화가 우리를 반긴다. 참 이쁘다.
이곳도 봄을 즐기려는 인파가 상당하다. 봄은 육지에도 오지만 바다에도 봄이 온 모양이다. 바닷바람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오륙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가까워졌다. 집사람과 지난번에 봐 두었던 영도 남항시장 돼지국밥집에 들러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요즘은 일요일에 쉬는 가게가 참 많다. 역시 사람들이 많은 식당은 다 이유가 있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두 녀석들은 게임과 유튜브 삼매경에 빠져서 아직 점심 전이다. 집사람이 부지런히 아이들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아이고 이놈들아!
이제 밥은 좀 알아서 챙겨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