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일요일
오늘 감포 할머니집에서 돌아 온 뒤로 민규가 열이 심하게 오른다.
점심 먹는 투정이 좀 심하다 싶었는데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아이가 아픈 줄도 모르고 투정 부리는 민규를 윽박지른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침대에 누워있던 민규가 토를 심하게 하고서 열이 39도까지 오른다.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해열제도 먹이고, 배가 아프다니 소화제도 먹였다.
말 없이 축 늘어져 이마에 물수건을 얹고 누워 있는 모습이 짠하다.
할머니 집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친구를 만나러 나간 대규가 저녁 시간에 돌아왔다.
땀 범벅이 되어서 돌아온 대규가 샤워를 마치고 누워있는 민규 곁으로 간다.
" 민규야! 많이 아파.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
" 응, 내가 말 않해도 보면 알아야지. "
민규의 말 한마디가 가슴 깊은 곳을 찌른다.
대규가 체온계를 가지고 와서는 민규의 귀에 대고 체온을 재어 본다.
민규는 말 없이 체온계를 든 형아에게 자신의 귀를 내어준다.
" 엄마! 민규 38.5도야. "
싸울 때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두 녀석들이 정겹게 체온을 나누는 모습을 본다.
기특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이런 다정한 형제들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짠하다.
대규와 민규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자꾸만 겹쳐진다.
나에게도 이제는 없느니만 못한 형과 동생이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나와 형제들의 모습은 어떤가?
지금 나와 형 그리고 동생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관계가 망가져 버렸다.
아니 돌이키고 싶지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런 자식들을 말 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보지만,
만나서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줄 바에는,
차라리 서로 안 보고 사는 편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얼마나 더 어머니가 살아계실지 모르겠지만,
대규와 민규의 오늘 모습처럼 다정한 형제간의 모습은 보여드리기 힘들 것 같다.
서로 반목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 드리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다음달에 아버지 기일이 있다.
그렇지만 고향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제사상 앞에서 형제간에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형제간에 우애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못난 아들이여서 정말 죄송하다.
언젠가는 가슴에 씻지 못할 한으로 남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래도 그 때 후회를 할지언정 지금은 그냥 안보고 살아야지 싶다.
대규와 민규처럼 서로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느냐 싶게 다정하게 지내기에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나 싶기도 하다.
고집과 독단과 독선으로 똘똘 뭉쳐져있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나 자신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다정한 대규와 민규의 모습 속에서 어머니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내 모습을 본다.
머리 속이 폭발할 것만 같고 가슴에 뜨거운 불길이 솟구친다.
시간이 좀 지나도록 그냥 내 버려 두자.
그리고 그냥 가만히 있자.
어머니께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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