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형제애

감포 2018. 7. 2. 13:29

2018년 7월 1일 일요일


오늘 감포 할머니집에서 돌아 온 뒤로 민규가 열이 심하게 오른다.

점심 먹는 투정이 좀 심하다 싶었는데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아이가 아픈 줄도 모르고 투정 부리는 민규를 윽박지른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침대에 누워있던 민규가 토를 심하게 하고서 열이 39도까지 오른다.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해열제도 먹이고, 배가 아프다니 소화제도 먹였다.

말 없이 축 늘어져 이마에 물수건을 얹고 누워 있는 모습이 짠하다.


할머니 집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친구를 만나러 나간 대규가 저녁 시간에 돌아왔다.

땀 범벅이 되어서 돌아온 대규가 샤워를 마치고 누워있는 민규 곁으로 간다.

" 민규야! 많이 아파.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

" 응, 내가 말 않해도 보면 알아야지. "

민규의 말 한마디가 가슴 깊은 곳을 찌른다.


대규가 체온계를 가지고 와서는 민규의 귀에 대고 체온을 재어 본다.

민규는 말 없이 체온계를 든 형아에게 자신의 귀를 내어준다.

" 엄마! 민규 38.5도야. "

싸울 때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두 녀석들이 정겹게 체온을 나누는 모습을 본다.

기특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이런 다정한 형제들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짠하다.

대규와 민규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자꾸만 겹쳐진다.

나에게도 이제는 없느니만 못한 형과 동생이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나와 형제들의 모습은 어떤가?

지금 나와 형 그리고 동생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관계가 망가져 버렸다.

아니 돌이키고 싶지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런 자식들을 말 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보지만,

만나서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줄 바에는,

차라리 서로 안 보고 사는 편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얼마나 더 어머니가 살아계실지 모르겠지만,

대규와 민규의 오늘 모습처럼 다정한 형제간의 모습은 보여드리기 힘들 것 같다.

서로 반목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 드리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다음달에 아버지 기일이 있다.

그렇지만 고향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제사상 앞에서 형제간에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형제간에 우애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못난 아들이여서 정말 죄송하다.

언젠가는 가슴에 씻지 못할 한으로 남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래도 그 때 후회를 할지언정 지금은 그냥 안보고 살아야지 싶다.


대규와 민규처럼 서로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느냐 싶게 다정하게 지내기에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나 싶기도 하다.

고집과 독단과 독선으로 똘똘 뭉쳐져있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나 자신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다정한 대규와 민규의 모습 속에서 어머니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내 모습을 본다.

머리 속이 폭발할 것만 같고 가슴에 뜨거운 불길이 솟구친다.


시간이 좀 지나도록 그냥 내 버려 두자.

그리고 그냥 가만히 있자.

어머니께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도 힘들다.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보름달  (0) 2019.01.22
유시민 " 어떻게 살 것인가 "  (0) 2018.11.28
이사짐을 정리하면서  (0) 2017.12.06
더위를 먹었나?  (0) 2017.06.22
금연이란  (0) 201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