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보름달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별들이 반짝이고,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겨울 밤하늘을 밝힌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비행기 한 대가 보름달을 스치며 지나간다.
좀 있으면 오동통한 보름달이 기울어
날렵한 섣달그믐의 초승달이 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홀쭉해지는 밤하늘의 달처럼
내 통장의 잔고도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간다.
부가세, 자동차세, 면허세 ....... 그리고 설날.
세상살이가 어디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있던가?
가녀린 섣달그믐 초승달이 밤하늘에 걸릴 때면
홀쭉해져야 할 내 뱃살들은 남산만 해지고,
빵빵해져야 할 내 지갑은 가뜩이나 추운 겨울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가벼워 질 것이다.
장탉이 훼를 치는 새벽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광속에 갇혀 긴 밤을 지새웠을
심청이의 심정이 내 마음 같았을까?
무슨 날이 다가오기만 손꼽아 기다려지던
더 없이 맑은 눈을 가진 나는 어디로 가고,
거울 속에는 주체하지 못하는 뱃살만큼의
두려움과 걱정에 떨고 있는 나만 남았다.
답답하기만 하던 미세먼지를 몰아내고
맑고 상쾌한 새벽 공기를 선물해준
간밤의 매서운 겨울 밤바람이
내 마음에도 세차게 불어주면 좋겠다.
겨울 새벽 보름달을 보는 현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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