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겨울 보름달

감포 2019. 1. 22. 10:42

섣달 보름달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별들이 반짝이고,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겨울 밤하늘을 밝힌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비행기 한 대가 보름달을 스치며 지나간다.

 

좀 있으면 오동통한 보름달이 기울어

날렵한 섣달그믐의 초승달이 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홀쭉해지는 밤하늘의 달처럼

내 통장의 잔고도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간다.

부가세, 자동차세, 면허세 ....... 그리고 설날.

 

세상살이가 어디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있던가?

가녀린 섣달그믐 초승달이 밤하늘에 걸릴 때면

홀쭉해져야 할 내 뱃살들은 남산만 해지고,

빵빵해져야 할 내 지갑은 가뜩이나 추운 겨울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가벼워 질 것이다.

 

장탉이 훼를 치는 새벽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광속에 갇혀 긴 밤을 지새웠을

심청이의 심정이 내 마음 같았을까?

 

무슨 날이 다가오기만 손꼽아 기다려지던

더 없이 맑은 눈을 가진 나는 어디로 가고,

거울 속에는 주체하지 못하는 뱃살만큼의

두려움과 걱정에 떨고 있는 나만 남았다.

 

답답하기만 하던 미세먼지를 몰아내고

맑고 상쾌한 새벽 공기를 선물해준

간밤의 매서운 겨울 밤바람이

내 마음에도 세차게 불어주면 좋겠다.

 

겨울 새벽 보름달을 보는 현수 생각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결이 바람 될 때  (0) 2020.05.06
살다보면  (0) 2019.11.25
유시민 " 어떻게 살 것인가 "  (0) 2018.11.28
형제애  (0) 2018.07.02
이사짐을 정리하면서  (0) 201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