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헬멧을 쓰고 있는 민규 >
겨우내 감기를 달고 살았던 대규와 민규.
그리고 유난히 두꺼운 옷을 입기를 거부하는 두 아이들.
나의 게으름에 면죄부를 주기위해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 삼아
올 겨울 유난히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민규.
며칠 전부터 대규가 어릴 때 자주 타고 놀던 세발자전거를
민규가 자꾸만 타려고해서 바퀴를 잘 닦아서 거실에 두었다.
근데 민규가 세발자전거를 타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다.
대규의 자전거 헬멧을 꼭 쓰려고 한다.
민규는 무슨 일이든 반드시 형 대규를
그대로 똑같이 따라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형아 김 대 규의 지독한 따라쟁이 김 민 규.
그럼 대규는 누구의 따라쟁이일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한 충격이 내 전신을 타고 흐른다.
대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따라쟁이가 될 것이다.
나는 과연 대규에게 뭐 해라, 뭐 하지마라 할 자격이 있는가?
내가 대규에게 보여주고 들려주었던 모든 것들을
대규가 따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상에서 책을 보자고 유인책도 써보고 겁도 줘 보지만,
유난히 침대에서 배 깔고 엎드려서 책을 읽으려는 대규는
대규가 아닌 바로 내 모습이다.
"뭐 해라." "뭐 하지마라." 참 쉽게 부모 노릇하려는 사람들이다.
당장 나부터 하고 나 부터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좋은 아버지, 어머니가 되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고 가깝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그 길이 무척 험난해 보인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새삼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아이들을 바르게 잘 키워낸 친구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존경스럽다.
봄바람 불기 시작한 날 밤 부산에서 현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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